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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Word
몇 년 전부터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나직하게 외우는 나만의 작은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을 마음속으로 가만히 되뇌는 일입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종교적인 맹신이나 의지라기보다는, 오롯이 나 스스로를 통제하고 세상이 시시각각 던지는 수많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나만의 작은 '방어벽' 같은 것입니다. 어느덧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흔히 이쯤 되면 어른이 되고 삶이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홀로 서서 거친 세상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앞으로 길면 50년, 짧아도 30년은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텐데, 지난날 흘려보낸 시간에 대한 후회를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밤 하루의..
처음으로 공연을 예매하고, 길게 줄을 서서 관람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집에서 출발해 공연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시간! 하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이 공연을 직접 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공연 시작은 20시였지만, 한 시간 전인 19시부터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마치 '첫사랑'을 기다리는 듯한 긴장감과 설렘 덕분에 힘든 줄도 모르고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창덕궁 소극장'으로 입장하던 그 순간의 감정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공연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리 크지 않아도 공연자와 관객이 가장 가까이서 소통할..
그냥,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바람을 따라 발길을 옮긴 곳, 바로 산이었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산을 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군 생활을 거치면서 산이라는 존재가 조금은 징글징글해져 멀어지기도 했었죠. 그랬던 산과 요즘 들어 다시금 친해지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집 근처 무등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직 체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호기롭게 정상까지 가겠노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발을 디뎠지만, 이내 다리에 쥐가 나고 말았습니다. 야속하게 피어오르는 통증 앞에서 ‘5년만 젊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하는 서글픈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남..
"천국에 가면 세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 째, 당연히 천국에 와 있을 줄 알았던 그 사람이 아무리 찾아도 없을 때.둘 째, 저 사람은 절대 여기에 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환하게 웃고 있을 때.셋 째, 온통 후회뿐인 삶을 살았던 '나'라는 존재가 그곳에 서 있을 때. 이 세 가지 반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인간이란 결국 겉과 속이 다른, 참으로 입체적인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세상 누구보다 한없이 착해 보이고 행실이 바르게 보였던 이가,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악한 마음을 품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반대로 말투와 행동이 거칠고 동네 건달처럼 보였던 이가, 사실은 남모르게 따뜻한 선함을 베풀어 온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매주 성당이나 교회..
파리의 목숨, 사람의 목숨파리채로 힘껏 내려치면 내장이 터져 죽는 것이 파리입니다. 사람이 팔 한 번 움직이는 가벼운 노력에 비해, 파리는 가장 소중한 목숨을 잃습니다. 하지만 파리는 이물질을 옮겨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므로, 우리는 파리를 죽이는 것을 '합리적인 선택'이라 여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그렇다면, 사람의 목숨도 이와 같을까? 귀찮다고, 혹은 더럽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죽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가?"거대한 권력 앞의 침묵, 그리고 비극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잔인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그 추종자들은 손가락 하나로 인간의 생사를 결정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간수의 손가락이 왼쪽을 향하면 가스실로,..
2026년 6월 19일 17시2026년 제1차 경찰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최종합격자가 발표되었습니다. 발표를 기다리며 스스로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후회 없이 준비했고, 온 힘을 다해 노력했으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덤덤히 받아들이겠다고 말입니다. 오히려 저보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더 궁금해하고,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17시 정각이 되자마자 서둘러 경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합격자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명단은 이름이 아닌 수험번호로만 적혀 있었습니다.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저의 수험번호 다섯 자리를 천천히 훑어 내려갔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빽빽한 명단 속에 제 수험번호가 선명히 박혀 있었습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려 가족들을 향해 기쁨의 미소를 지..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를 보면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삶이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그들의 추정 연봉이 '몇십 억', '몇백 억'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그들이 사는 한강뷰 아파트, 고급 외제차,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옷들. 평범한 직장인의 상식선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숫자를 보며, 저는 은연중에 그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운이 좋아서 성공했네.""역시, 얼굴이 예쁘고 잘생기면 장땡인 세상이구나.""별로 하는 일도 없이 놀면서 돈을 버네." 그들을 깎아내리며 나의 삐딱한 시선이 틀리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렇게 믿어야만 마음이 편했습니다. 내가 만든 '선량한 피해자'라는 프레임 하지만 세상의 ..
저는 대학 시절, 남들보다 조금은 거칠고 치열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결코 무난하지만은 않은 20대였습니다. 그 치열했던 기억 중,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뼈에 새겨진 듯 잊히지 않는 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막노동(인력사무소)'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무가치한 일은 없다,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종종 사람들은 막노동을 두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마지막 생명줄'이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지 않은 이들이 무시할 만큼, 그곳의 삶은 결코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해봤기에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건물 7층 높이에서 아찔한 공포를 견디며 대형 간판을 철거하던 날,철도 위에 굵고 무거운 전기 선..
2026년 6월 11일 오전 9시, 경찰 기동대에서 최종 면접을 마쳤습니다. 작년 9월부터 경찰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매 순간 느낀 점이 있습니다. 바로 "경찰이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필기시험이나 체력시험 자체가 어렵다는 단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최종 합격이라는 문턱에 닿기까지 생각보다 챙겨야 할 과정과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치열했던 그 여정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1. 첫 번째 관문 : 필기시험과 가산점(자격증)경찰이 되기 위한 첫 단추는 당연히 필기시험 합격입니다. · 필기 과목: 헌법, 형사법(형사소송법 포함), 경찰학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팁이 있습니다. 필기 공부에 본격적..
살다 보면 대화 중에 이런 말들을 종종 듣거나 하곤 합니다. "상식선에서 생각 좀 해라!""기본 상식이 없네, 없어." 여기서 말하는 '상식'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학문적·전문적 지식과 대비되는 것으로, 일반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의견이나 판단력 즉, '대부분의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이라는 뜻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피어오릅니다. '대부분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란 대체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할까? 기준이 모호하니 서로 "네가 상식이 없다", "내가 맞다" 싸우게 되는 건 아닐까? 저는 그 답을 가장 명확한 기준, 바로 '의무'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이 정한 대한민국의 '최소한'우리 헌법은 국민에게 아주 기본적인 의무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