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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 막노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본문

[하루 일지] 매일매일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 막노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Day Word 2026. 6. 18. 10:56

저는 대학 시절, 남들보다 조금은 거칠고 치열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결코 무난하지만은 않은 20대였습니다.

 

그 치열했던 기억 중,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뼈에 새겨진 듯 잊히지 않는 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막노동(인력사무소)'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무가치한 일은 없다,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

종종 사람들은 막노동을 두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마지막 생명줄'이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지 않은 이들이 무시할 만큼, 그곳의 삶은 결코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해봤기에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건물 7층 높이에서 아찔한 공포를 견디며 대형 간판을 철거하던 날,

철도 위에 굵고 무거운 전기 선로를 끝없이 깔아가던 새벽,

숨이 턱 막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수천 개의 당근을 캐고 포장하던 순간,

20층이 넘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조립 가구를 나르던 일,

악취가 진동하는 오수 속에서 물을 빼내고 콘크리트를 치던 작업,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어 온갖 오물을 건져내던 순간까지

 

단 하나도 신기하지 않은 일이 없었고, 어느 하나 쉬운 일도 없었습니다.

 

모든 현장은 저마다의 치열함과 숭고한 뿌듯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특히 해가 뉘엿뉘엿 저물 즈음, 인력사무소로 돌아가 수수료 10%를 뗀 81,000원의 현금을 손에 쥐는 순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손바닥에 닿는 그 꼬깃꼬깃한 지폐의 촉감 앞에서는 온몸의 근육통도, 고단함도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그때 저는, 돈의 진짜 무게를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보이기 시작할 때

내 온몸을 갈아 넣어 돈을 벌어보고 나니, 어릴 적 어른들에게 받아왔던 용돈들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명절날 친척 어른들이 건네주시던 하얀 봉투.

그것은 그저 고개 한 번 가볍게 숙였다고 받을 수 있는 '쉬운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이 단지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내어주어야 하는 몫도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돈은 은행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눈먼 돈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결정체였습니다.

 

내가 "공돈이 생겼다"며 철없이 웃었던 그 액수만큼,

누군가는 일터에서 수도 없는 고독과 피로를 견뎌내야 했을 것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처절한 헌신 덕분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