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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서서 하는 독서'라고 하는 이유(with 속초, 양양)(feat.우리는 메시가 아니잖아) 본문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왕복 400km가 넘는 대장정의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서른이 넘은 남자 둘이서 떠난 여행이라, 솔직히 100% 순수하게 자연만 보러 간 것은 아니었음을 미리 고백합니다 ㅎㅎ 물론 가장 큰 목적은 우리 둘의 우정 여행이었고,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좋은 인연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소한(?) 꿈도 꾸고 있었습니다.
🏃♂️ "공부만 해서 뭐 하냐?" 끝에서 끝으로 떠난 급작스러운 여정
처음 여행을 계획했을 때, 친구와 나눈 대화는 이랬습니다.
본인: 야, 너 매일 밤낮으로 일만 해서 돈은 많이 벌었는데, 젊었을 때 추억은 좀 만들었냐?
친구: 어...... 20대 때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 30대부터는 무조건 돈 버는 데에만 집중했지
본인: 그래서 남는 게 있어?
친구: 어...... 돈은 조금 모은 것 같아
본인: 오, 그럼 성공한 거네
친구: 근데 요새 조금 몸도 마음도 지치네. 너는? 시험도 합격했는데 안 놀아?
본인: 나 지금 다음 자격증 시험 준비 중이잖아
친구: 그렇게 공부만 해서 남는 게 있어?
본인: 자격증? 아...... 야, 이번 주 주말에 동해바다로 여행 갈래?
친구: 그럴까? 근데 어디로?
본인: 속초! 바다로! 여행도 하고 인연도 만들고! 어때?
친구: 가자!
그렇게 삶의 지침을 환기하기 위한 끝에서 끝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5년 전에도 함께 속초로 여행을 온 적이 있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숙소와 코스를 비슷하게 짰습니다.
🌊 속초 해수욕장, '과유불급'과 '불광불급' 사이에서
가장 먼저 6시간을 스트레이트로 달려 '속초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블로거답게 사진을 많이 남겼어야 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청량한 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보고 있자니 괜히 가슴이 뛰어서 사진 찍는 것조차 잊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처음 도착했을 때 인증샷 하나는 건졌습니다.

날씨도 뜨거웠고, 저희의 열정 또한 그만큼 뜨거웠기에 일단 몸을 식히러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시원한 바다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자연스레 눈동자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순간 스스로 뺨을 때리며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는 말이 스쳤기 때문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과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사이에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제 마음은, 결국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불광불급'!
여기까지 와서 조신한 척, 내성적인 척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그 누구도 먼저 오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알기에, 마음에 드는 분들에게 용기 내어 다가갔습니다.
본인: (당당하게) 두 명이서 오셨어요?
여성분: 네, 괜찮아요. (철벽)
본인: 네?
여성분: ......
본인: 예, 즐거운 시간 되세요...! 😂
당당한 척했지만, 뼈 속까지 베어있는 내성적인 말투와 어색한 행동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부끄러움 가득한 결과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후회나 실망은 없었습니다. 비록 땀 흘리며 뚝딱거리는 제 모습이 조금 안쓰럽긴 했어도, 시도하는 모습 자체는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ㅎㅎ
🍻 게스트하우스 파티의 슬픈 전설
속초 해변에서의 뜨거운 2시간이 흐르고, 저희는 예약해 둔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는 게스트하우스의 꽃이라는 '파티'에 참여했으나, 어쩌다 보니 남자들끼리 끈끈한 전우애를 다지는 느낌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로 변해버렸습니다.
다음 날 깨달은 슬픈 사실은, 그 파티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의 목적이 단순 친목 도모가 아닌 '연인 만들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슬픈 건... 그 누구도 그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물론 저와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양양 인구해변, 친구에게서 '메시'의 향기가 난다
2일 차, 친구가 이대로 가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여 내려가는 길에 양리단길의 한 카페에 들렀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이제 정말 집으로 가려는데, 친구가 자꾸만 저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는 겁니다.
메모장에는 짧고 굵게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있을까?'
글을 보여주며 자꾸만 제 뒷방향을 힐끔거리길래 돌아봤더니, 꽤 매력적인 여성 두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저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친구를 보며 말했습니다.
"이자슥이, 이거......"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피곤하니 빨리 가자던 친구가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예쁜 바다풍경 때문도, 카페 분위기 때문도 아닌 '이성에 대한 강렬한 끌림' 때문이었습니다. 친구의 열정에 동의하며 잠시 창밖의 바다를 구경했습니다.
결국 그 카페에서도 아무 말도 걸지 못하고 나오긴 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심장만큼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었으니 그것대로 가치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습니다. 진짜로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타려는데, 친구가 또 한번의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친구: 우리 여기서 수영 좀 더 하다 갈래?
본인: 왜? (하고 바다를 본 순간)
모래사장에 조금 전 카페에 있던 그 두 분보다 더 매력적인 여성분이 자리를 잡고 계셨습니다. 친구의 무시무시한 관찰력과 집념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실 몸은 피곤해서 당장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이왕 멀리까지 온 거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양양 인구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친구야, 우리는 메시가 아니잖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바닷가에서 친구가 자꾸만 "축구의 신 메시처럼 기회를 엿보다가, 완벽한 타이밍에 침투해서 골을 넣으면 된다"라는 이상한 비유를 하며 주저하길래, 제가 뼈 때리는 한마디를 날려주었습니다.
"친구야, 우리는 메시가 아니잖아......"
비록 이번 여행에서 꿈꾸던 '새로운 인연'이라는 수확은 없었지만, 책상 앞에 앉아선 절대 배울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용기, 그리고 친구의 새로운 집념(?)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읽고 올 수 있었던 값진 '독서'였습니다.









긴 운전과 뚝딱거림 속에서도 평생 웃으며 얘기할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음번엔 우리도 '메시'처럼 날카로운 골 결정력을 갖추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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