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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31일, 몸이 편한 삶을 살 것인가, 마음이 편한 삶을 살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본문
군대를 전역한 지도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저는 2015년 3월에 군의 문을 두드렸고, 그해 7월에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입대일로부터 계산하면 10년 11개월, 임관일로부터는 10년 7개월 동안 뜨거운 군 생활을 뒤로하고 사회로 나온 셈입니다.
1. 콧물 흐르던 후보생, 매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처음 육군학생군사학교에 입교했을 때의 제 모습은 그야말로 '코찌질이'였습니다.
‘과연 내가 이 험난한 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매일 밤 스스로를 의심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훈련 기간 내내 매일같이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기상 시간부터 샤워 가능 시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완전히 통제당하는 삶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훈련소 시절 잊지 못할 서러움 한 조각
몸에 비눗기가 잔뜩 남아 있는데도 "샤워 시간 끝났으니 당장 나오라"며 윽박지르시던 훈육관님을 볼 때면 울컥 서러움이 폭발하곤 했습니다.
20kg이 훌쩍 넘는 완전군장을 어깨에 얹고 총기와 탄띠, 방독면을 차고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헐떡고개'를 매일 오를 때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확신만 들었습니다.
'아, 이 길은 정말 내 길이 아니다.'

2. 살아남은 동물, 그리고 현장의 맛을 알아버린 지휘관
어찌어찌 무사히 임관종합평가를 통과해 어깨에 계급장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장성 보병학교에서 16주간의 혹독한 교육을 마친 뒤 임지인 3사단 백골부대로 배치받았을 땐 절망감이 다시 밀려왔습니다.
‘아, 차라리 아무 책임 없던 후보생 때가 천국이었구나.’ 하며 과거를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부대에 전혀 적응하지 못해 혼자 끙끙 앓으며 '차라리 어떻게 되어 버릴까, 도망쳐 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품을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텼고, 살아남았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소대장과 중대장 직책을 수행하면서, 신기하게도 군 생활이 주는 특유의 끈끈함과 즐거움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3. 소심했던 청년, 야전의 에이스가 되다
본래 제 성격은 무척 소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늘 '나는 역동적인 현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치부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던져진 저는 제 예상을 비웃듯 놀라운 성과들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 소대장 시절: 부대 전체에서 최우수 소대 선발
- 중대장 시절: 가혹한 전술훈련평가 최우수 중대 선발
- KCTC 쌍방훈련: 무박 4일 동안 전 부대원 중 마지막까지 생존하여 임무 완수, 사단장 표창 수상
돌이켜보면 제 몸은 항상 으스러지게 힘들었지만, 제 마음만큼은 가장 정직하게 편했고 깊은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매번 즐겁게 군 생활을 해나갔고 좋은 결과들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제 고집을 묵묵히 따라준 훌륭한 소대원들과 중대원들이 곁에 있어 준 덕분이었습니다.
4. 무모하지만 뜨거웠던 군인으로서의 낭만
현장을 고집하던 시절, 참 무모하면서도 재밌는 일화들이 많았습니다.
한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땅을 야삽으로 직접 파며 "오늘은 무조건 야외 야지에서 몸뚱이 하나 뉘여 비박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땅속에서 잠을 잤던 적이 있습니다. (혹독하게 추웠지만 살아 숨 쉬는 진짜 군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또 한 번은 완벽한 기도 비닉(야간 불빛 은폐)을 유지하겠다며, 머리에 차는 헤드랜턴에 청테이프를 칭칭 감고, 절연테이프를 두른 뒤 남는 박스 종이로 주변을 둘러싸 차고 훈련을 감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5. 공직자(公人)의 명예: "몸이 불편해야 한다."
제가 10년이 넘는 세월 끝에 자랑스러운 군복을 벗기로 마음먹었던 결정적 계기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진급을 거듭하고 상급 부대로 갈수록 몸이 직접 뛰는 현장보다는, 모니터 앞에서 페이퍼 워크를 전담하는 행정 위주의 일과들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군의 구조적 현상이지만, 저와는 맞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저는 공무원, 특히 군인이나 소방관 같은 '특수직 공무원'은 절대로 몸이 편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편안함을 찾는 순간 사람은 쉽게 나태해지고, 나태해짐은 일의 매너리즘으로 이어집니다. 공직자의 방만함이 낳은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떠들어대고 있지만, 저 역시 완벽하거나 대단히 훌륭했던 특수직 공무원은 아니었습니다. 늘 부족함에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한편에 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복무 시절 저는 제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제 몸을 가장 불편한 환경에 밀어 넣었습니다. 훈련을 할때면 무조건 현장 한가운데로 뛰어들었고, 기획 문서나 결과 보고서를 쓸 때도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먼저 현장을 조사하려 달렸습니다.
비록 제 뜻대로 되지 않은 날이 많았을지라도, 몸이 고될지언정 스스로에게 떳떳하도록 '마음이 가장 편한 삶'을 살고자 몸부림쳤던 흔적입니다.
6. 나에게 남겨진 평생의 숙명
전역을 결심했을 때, 여단장님, 부여단장님, 과장님, 그리고 동료들까지 매일같이 저를 찾아와 물었습니다.
“그냥 남아서 계속 군 생활 하지 그래, 왜 사서 고생을 하려 해.”
따뜻한 만류 속에서도 결국 전역을 결심했던 건, 야전이라는 살아 숨쉬는 '현장'에서 점차 멀어지는 저 자신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삶의 고유한 원칙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가늘고 길게, 누군가는 굵고 짧게를 선호합니다. 또 어떤 이는 '몸은 고되더라도 마음만은 당당하게 편하도록' 살고, 어떤 이는 '몸은 세상 안락할지언정 속으론 매일 가슴을 졸이며 불편하게' 삽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가 내린 선택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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